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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 중앙은행이 실업률을 직접 조절할 수 있을까?

by simplelifehub 2025. 6. 10.

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여 고용 시장을 진정시켰다’거나 ‘실업률이 낮아져 금리 인하 여지가 줄었다’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된다. 마치 중앙은행이 실업률을 직접 조정할 수 있는 기관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중앙은행이 실업률을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을까? 정답은 ‘부분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이다. 실업률은 중앙은행의 정책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노동시장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글에서는 중앙은행이 실업률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중앙은행과 실업률의 관계

1. 통화정책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중앙은행이 실업률에 영향을 주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기준금리’ 조정이다. 금리가 인하되면 가계와 기업의 대출 비용이 줄어들어 소비와 투자가 촉진되고, 이는 생산 활동과 고용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인상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경제 활동이 위축되며,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 이처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이자율을 매개로 하여 총수요를 조절하고,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경기 침체기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면, 기업들은 투자에 나서고 소비자들은 대출을 통해 소비를 늘릴 수 있다. 이는 곧 기업의 매출 증가와 고용 확대를 유도하게 된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경제가 과열되는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려 민간의 지출을 억제하고, 고용 증가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간접적인 작용이며, 중앙은행이 직접 일자리를 만들거나 해고를 지시하는 기능을 가진 것은 아니다.

2. 단기적인 효과와 장기적인 한계

중앙은행이 실업률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인식은 단기적으로는 일정 부분 사실이다. 경제가 불황에 빠졌을 때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면서 일시적인 고용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효과는 장기적으로는 제한적이다.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수준에 도달하면, 추가적인 금리 인하나 통화 확장이 고용을 더 늘리기보다 오히려 인플레이션만 자극할 수 있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이를 두고 “장기적으로 통화정책은 실업률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도 중앙은행이 너무 오랫동안 확장적인 정책을 유지하면 임금과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실질 구매력이 하락하고 경제 전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또한 통화정책은 전체 경제를 대상으로 하므로, 특정 산업이나 지역의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한 지역에서 실업률이 급등했을 경우,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해당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제는 구조적 실업으로 분류되며, 별도의 노동시장 정책이나 산업 정책이 요구된다.

3. 고용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의 현실적인 역할

그렇다면 중앙은행은 실업률과 전혀 상관없는 기관일까? 그렇지는 않다. 많은 나라의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뿐 아니라 ‘고용 극대화’를 정책 목표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 임무(dual mandate)’를 가지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실업률을 완전히 조절하진 못하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고용 시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중앙은행이 신중하고 일관된 통화정책을 유지하면, 시장은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갖게 되고 이는 고용 안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고 안정되면 기업은 인건비와 자금 조달 비용을 예측하기 쉬워져 고용 계획을 장기적으로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중앙은행은 고용을 ‘직접 창출’하는 대신, 고용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실업률 수치를 바로 낮출 수는 없지만, 정책 신뢰를 통해 노동시장에 간접적인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앙은행은 실업률을 직접 조절하는 기관이 아니다. 그러나 기준금리나 통화량 조절을 통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실업률을 간접적으로 움직일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영향이 단기적인 자극에 그치지 않고, 경제 주체들의 기대와 행동을 안정적으로 조율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진정한 해법은 단순한 금리 조정보다도 구조적인 노동시장 개혁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중앙은행은 이 흐름을 뒷받침하는 조력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