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뉴스에서 실업률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실업률은 고용 시장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 중 하나지만, 경제학에서는 실업률이 낮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실업률이 0%가 되는 상황은 오히려 비정상적일 수 있으며, 어느 정도의 실업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연실업률’과 ‘완전고용’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둘은 종종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경제학적으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1. 자연실업률은 왜 존재하는가
자연실업률은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에 있더라도 항상 존재하는, 피할 수 없는 실업률이다. 이 실업은 경기 침체나 수요 부족 때문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안에서 자발적으로 또는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현재 직장을 떠나 더 나은 일자리를 찾고 있다면, 그는 일정 기간 동안 실업 상태일 수밖에 없다. 기술 변화로 인해 특정 산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경우에도 실업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일시적이지만 경제 구조상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현상이다. 이런 실업은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을 때도 항상 일정 수준으로 나타나며, 이를 자연실업률이라고 부른다. 중요한 점은, 자연실업률은 ‘정상적인 실업률’이라는 것이다. 이는 정책적으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존재 자체가 경제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2. 완전고용은 실업률 0%가 아니다
‘완전고용’이라는 표현은 말만 들으면 마치 경제 내 모든 사람이 일자리를 가진 상태처럼 보이지만, 경제학에서는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완전고용은 실업률이 0%가 된 상태가 아니라, 자연실업률 수준의 실업만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경기 요인에 따른 실업은 모두 사라졌고, 남은 실업은 자발적이거나 구조적인 이유로 발생한 것이다. 완전고용은 노동시장이 최대로 활용되고 있는 상태이지만, 여전히 일정 수준의 실업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완전고용이라는 개념은 이상적인 상태를 뜻하되, 현실적인 조건 안에서 가능한 최선의 고용 상태를 의미한다.
3. 정책적 판단을 위한 기준선
자연실업률과 완전고용의 개념은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정책을 설계할 때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실업률이 자연실업률보다 높다면, 이는 경제에 유휴 자원이 있다는 의미이므로 확장적인 재정이나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을 시도할 수 있다. 반대로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이하로 내려가면, 과열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임금 상승과 물가 상승이 유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긴축적인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금리 결정 시 이 두 개념을 바탕으로 경제의 현재 위치를 진단하고, 물가와 고용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 한다. 정부 역시 일자리 창출 정책이나 직업 훈련 지원 정책을 통해 자연실업률 자체를 낮추려는 노력을 병행하기도 한다.
4. 유동적인 개념으로서의 자연실업률
자연실업률은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유동적인 개념이다. 예를 들어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거나, 노동시장 제도가 개편되거나, 교육 수준이 향상되는 경우 자연실업률은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노동 유연성이 떨어지거나 직업 재교육 체계가 미비하면, 자연실업률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중앙은행이나 연구기관은 주기적으로 자연실업률을 추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의 방향을 조정한다.
실업률을 단순히 ‘낮을수록 좋은 것’으로 이해하는 시각은 경제의 복잡한 작동 원리를 간과하게 만든다. 자연실업률과 완전고용은 우리가 경제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개념이다. 이 둘을 올바르게 구분하고 이해하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왜 특정한 시점에 금리를 인상하거나 재정지출을 확대하는지에 대해 더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단순한 수치의 변화를 넘어, 그 안에 숨겨진 구조적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 경제를 보는 눈을 키우는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