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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 필립스 곡선과 인플레이션의 관계

by simplelifehub 2025. 6. 10.

경제정책을 설계할 때 정부와 중앙은행이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지표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다. 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 생활의 안정성이 무너지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사회 전체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변수는 서로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 있다. 바로 ‘필립스 곡선’이다. 필립스 곡선은 단순히 두 지표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필립스 곡선의 기본 개념과 작동 원리, 그리고 현대 경제에서의 한계와 진화 방향을 살펴본다.

필립스 곡선과 인플레이션의 관계

1. 필립스 곡선의 기본 개념과 의미

필립스 곡선은 뉴질랜드의 경제학자 A.W. 필립스가 1958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영국의 1861년부터 1957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해 실업률이 낮을수록 임금 상승률이 높다는 관계를 발견했다. 이후 이 개념은 확대되어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에도 유사한 음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해석되었고, ‘필립스 곡선’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곡선에 따르면 경제가 과열되어 실업률이 낮아지면 임금이 상승하고, 이는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실업률이 높으면 가계의 소득과 소비가 줄고, 기업은 가격을 올릴 여력이 없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도 둔화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단기적으로는 경제정책의 선택지를 단순화해주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확장적인 정책을 펼치면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오를 수 있고,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면 실업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식의 판단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이 관계는 미국과 유럽 여러 국가에서 관찰되었고, 경제정책 결정에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었다.

2. 필립스 곡선의 붕괴와 현대적 재해석

하지만 필립스 곡선은 시간이 지나며 그 신뢰를 점차 잃게 되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었다. 당시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높은 상황이 발생하면서 필립스 곡선이 설명하던 ‘음의 상관관계’가 무너진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경제학자들은 필립스 곡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조건부 개념으로 재해석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수정된 필립스 곡선이다.

이 개념에 따르면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예측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대 인플레이션이 실제 임금 협상이나 소비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업률이 낮아져도 사람들이 물가 상승을 예측하고 대비해버리면 실제 물가가 오르는 속도는 이전보다 덜 민감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필립스 곡선은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작동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3. 현대 경제에서 필립스 곡선을 바라보는 시각

최근 들어 필립스 곡선은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지만, 그 존재를 ‘불변의 법칙’으로 보지 않고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처럼 전례 없는 경기 충격이 발생하거나,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인한 물가 상승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실업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함께 발생하는 모습도 관찰된다. 이는 단순한 수요 문제가 아니라 공급 충격, 구조적 변화, 정책 기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자동화의 확산, 노동시장 유연화 등은 과거와 다른 실업률의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처럼 ‘실업률이 낮다 = 노동시장 과열 = 물가 상승’이라는 공식이 쉽게 성립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경제정책은 필립스 곡선을 참고하되, 기대 인플레이션, 글로벌 경제 흐름, 기술 변화 등의 요소를 함께 고려하여 보다 복합적인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필립스 곡선은 경제정책의 핵심 목표인 ‘물가 안정과 고용 확대’ 사이의 균형을 상징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 균형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 모양과 위치가 변한다. 단순한 상관관계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경제 내 다양한 변수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필립스 곡선을 이해하면, 금리 인상이나 재정지출 확대가 단순히 어느 한 지표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균형을 고려한 조정이라는 점을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